처음처럼
서건석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숭고함을 간직해서
거추장스러운 것을 벗어던지고 바다에 뛰어 들어
마음의 티끌을 씻어 순수함과 하나되고 품인가.
옷을 걸치고 부터
생존이란 보호막 보다 신분이란 가름막이 생겨
서먹서먹하게 만들어 차등이란 거리감이 든다.
신발을 신고 부터
멀리 이동하게 되어 죽음을 앞 당기고
먼 여정의 분가가 늘어 이별이란 씨앗을 낳는다.
허리띠를 동여 매고부터
묶게 되어 소 고삐 잡듯
행동을 구속하고 최후를 맞이하게 한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부터
빚의 세계를 가리고 분리와 독립되는
새로운 세상이 유토피아인 줄 안다.
안경을 동그랑게 끼고부터
세상을 잘 보이게 하지만 색안경을 쓰게 되어
한 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평생 왜곡된 삶을 산다.
액세서리를 장식하고부터
화려한 동물의 본성을 닮아 물욕에 눈이 멀어
비누 몇 장의 가치로 천문학적인 사치를 감당한다.
마스크를 가로막고부터
차단하고 감추어 말은 줄고 바이러스 감소해야 하는데
말 많은 세상이 싫지만 할 말 못 하는 침묵이 두렵다.
다음 세대부터 한결같은 바다에 나뒹굴어
마스크란 단어의 뜻과 쓰임을 모르고
구시대의 알 수 없는 유물로 전해지길 바란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가 처음처럼 편의를 제공하다가
점점점 복잡한 세계로 혼란을 가중하는 진화를 낳는다.
계급 자동차 구금 독립 왜곡 욕심 침묵 환경 이 중에 환경이 가장 중요.
허리띠 한칸 줄임 운동이 위의 모든 차이의 절감 효과를 주는 감동이 있다.
시로도 인간의 시원을 살펴보기
순수함
한마음
구름바다
고태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