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앓이
서건석
기본이 되는 걸음걸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성을
길들이고 상호 간의 언어에 알아듣고 행동하는 백신
하나 둘 셋 넷 하나둘셋넷 하나둘셋넷 제자리걸음
소설을 열권 쓸 사연으로 정신없이 살아 꿈속같이
지나가야 하는데 아무리 애써도 허공에서 꼼짝 못 하고
막상 개미 쳇바퀴 돌듯한 일상적인 제자리걸음뿐
모든 것이 빨리 돌아가는 문명의 주기가 짧아지고
여기저기 변해야 산다고 힘주어 설득에 설득당하고
속도에 당황하며 자신의 탓의 매너리즘에 빠진다.
시작부터 열심히 달리고 발버둥 쳐도 제자리걸음은
극과 극은 통한다고 누군가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쉼 없어도 제자리걸음이라네
마음이 급해지고 사회가 몰라지게 변해도 세상은 돌고
하루와 사계절 지상 시스템 자신의 굴레 속에서
채찍질하는 자신을 내려놓고 이제 걱정 그만하게나.
셔터가 느릴수 록 움직이는 물체가 빠르게 느끼듯
자신의 무능을 탓할수록 세상은 더욱더 빠르게 느껴진다.
우리의 삶이 모두 가상현실 일 수 있다는 설처럼
사진에 보는 속도감에 속고 사는 일 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움직여도 종점과 종점 사이의 제자리걸음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