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연필

土談 2021. 8. 11. 23:07

                 연필

                                  서건석

 

나무를 내어 주어야 검은 진주가 나와

눈깔이 반들거리며 쓰기를 기다린다.

 

무엇을 하든 지켜보고 쓰는 대로 가지만

까막눈이라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른다.

 

반대 없이 둔하고 어리석은 예스맨이지만

쓰는 분의 마음은 느낌으로 귀 막히게 안다

 

공부하기 싫을때는 두들겨 패다가

니나노 장단 점점 더 강하게 빨라지고

 

열심히 끌적이다가 말다가 할 때는

머리를 못살게 자근자근 씹어 골치 아프고

 

몸통을 딱딱한 것으로 사정없이 깨물 때는

다른 일을 하는지 힘을 줄수록 자욱이 깊다.

 

잘 안 써질 때는 보드랍고 촉촉한 곳에 묻히면

눈깔이 더 반짝이며 거짓말 같이 잘 써지고

 

한참 동안 안 쓸 때는 깎은 부분을 물어뜯고

쓰다 지우고 지우다 써 안절부절거리고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놀이 공원에서 처럼

앞뒤로 돌리고 던지고 받고 회전 시키고

 

화가 치밀어 오르면 집어던져 눈알이 빠지고

구석진 곳에 처박혀 어둠의 자식이 된다.

 

 

 

타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럽다 그런데 연필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신 인간 개미가 서로 소통한다는 것은 인간의 입장에서만 신 개미를 추정할 뿐이다.

어찌보면 인간 조차도 주체가 될 수 없다. 사람이 아프다.에서 아픈 것은 사람이지만

아프게 한 것은 보이지않는 힘이다. 이런 것을 보면 본래 주체가 없는데 편의상

인간이 만들어 꾸며서 신과 개미를 이해하고 삶을 이루기 위한 약속한 언어 같다.

서로을 이해 할 수없는 아타까움을 생각하며 연필을 이해하려 했으나 하고자 하는

느낌만은 살아 있다는 것에 만족 할 뿐이다. 시를 통해 주재를 수렴해서 이면의

세상 가치를 읽어 내는 것은 또 하나의 선물이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연필 같은 심복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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