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漢詩

送平安都事金彦亨

土談 2012. 5. 22. 23:22

送平安都事金彦亨(평안도사 김언형을 보내며)삼도헌의 한시산택226

 

 

 

 

 

 

양사언의 초서작품

 

 

 

 

 

送平安都事金彦亨(평안도사 김언형을 보내며)

 

楊士彦(양사언)

 

 

蒼詰謾爲離別字(창힐만위이별자) 창힐이 부질없이 이별이란 글자를 만들었는데

秦皇胡乃不焚之(진황호내불분지) 진시황은 어찌하여 이 글자를 불태우지 않았던가?

至今留滯人間世(지금유체인간세) 지금까지 인간 세상에 머물러 남아서

長見陽關去住時(장견양관거주시) 양관에서 떠나고 머물 때 늘 보는구나.

 

 

 

 글자의 뜻

 

 창힐蒼詰(한자를 처음 만들었다는 사람), (묻다), (공연히), 진황秦皇(진시황),

 호(어찌), (불사르다), 유체留滯(머물러 남다), 양관陽關(중국에서 서역으로 가는

 관문으로 여기서 흔히 이별을 하므로 보통 이별을 의미함)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오늘은 조선시대 초서의 명가였던 양사언의 시를 소개한다. 양봉래는 시조와 한시에도

 빼어났다. 그의 시 가운데 이별을 노래한 이 시는 몇 가지 고사를 등장시키면서 시의

 운치를 더하고 있다.

 

 불교 경전인 법화경(法華經)에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글귀가

 있다.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며,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는 뜻도

 된다. 이별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든 경험하는 일이다.

 

 어느 해인가 봉래는 친구인 평안도사 김언형(金彦亨)을 보내면서 이 시를 지었다.

 그 착상과 내용이 천재시인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친구와 이별하면서 한자를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창힐과 수많은 책과 선비를 불태웠다고 전해지는 진시황을

 거론하고 있다. 창힐이 이별이란 한자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인간 세상에 이별은

 없었을 것이고, 또 진시황이 분서갱유(焚書坑儒 ; 책을 불사르고 선비들을 구덩이에

 묻어 죽임)할 때 이별이란 한자를 불태워 버렸다면 오늘날 이별의 슬픔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이 글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이 떠나고 머물 때마다 이 글자들이 등장해서

 심중을 울린다는 읊조린다. 여기서 말하는 양관(陽關)은 중국에서 서역으로 나가는

 관문인데, 일찍이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가 이곳에서 벗을 보내면서 <양관곡(陽關曲)>

 지은 이후로 문인묵객들은 양관을 이별의 대명사로 시에서 자주 애용하고 있다.

 

 한편, 회자정리와 거자필반은 만해 한용운 스님의 <님의 침묵>이라는 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회자정리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우리의 삶을

 인생무상이라고 말하는가 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께서 지금 별리의 고통에

 처해 계신다면, 너무 아파하지 마시기 바란다. 집착하다보면 마음을 다치기 때문이다.

 서단의 묵객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

 

 

 

 양사언(楊士彦 ; 1517 중종12~1584 선조17)

 

  조선 전기의 문인이며 서예가이다. 본관은 청주, 자는 응빙(應聘), 호는 봉래(蓬萊)

  창해(滄海) 등이다. 1546(명종1) 식년문과에 급제하고, 평창군수 강릉부사

  회양군수를 지내는 등 지방관을 자청하였다. 시와 글씨에 모두 능했으며,

  초서와 큰 글자를 잘 써서 안평대군 김구 한호 등과 함께 조선 전기의 4대 명필로

  불려진다. 스스로 신선과 같은 삶을 즐겼으며, 저서에는 봉래시집(蓬萊詩集)이 있다.

 

   출처 : 다음카페 삼도헌의 한시산책 226

               2012. 5. 15일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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