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서건석
투박한 숟가락 하나가 가래엿 이어 오듯
수저통 속에서 둥지을 틀어
긴 여정의 시간을 함께한다.
그는 이방인 처럼 겉돌지만
이사 갈때마다 아끼던 물건은 두고와도
못생긴 가래는 가족의 분신이 되어 온다.
이 외톨이는 밥먹을때
쓰임이 있으나 마나한데
왜 그자리에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밥먹을때마다 우연히 그 살피가 잡히면
나비의幻影이 가슴에 파고들어
찰라 어머니의 희노애락이 천년을 살것 처럼 스처간다.
누구 하나 원하고 고집한 것도 아닌데
항상 그 안에 있어 가족에게 감사하다.
이젠 떨어지더라도 이별주가 필요하겠는가.
미워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보던 가족사을 보던 역사의 흐름(남북)을 살피던 현실을 투영해보던
누구던 이 작은 도구가 미래의 원천이였듯 자신의 입장을 헤아려 볼 수 있지않을까?
이 시가 거울 속에 나 자신의 얼굴을 닮은 자화상이고
숟가락이 나의 일생 대변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