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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것이 뭐라꼬

이 것이 뭐러꼬 서건석 행복이 가득한 마음으로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듯한 산책길 운동도 하고 취미도 즐기면 그만이다. 오르락 내리락 돌고 돌아 가장 좋은 풍관과 조망에 자리하고 마음의 굴레를 벗은 마냥 젖은 땀을 식힌다. 한 도시가 한눈에 들어와 상쾌하다가 자신의 존재가 미미함을 알아차리게 하는 마법에 잠겨 상념에 젖어들곤 한다. 뒤돌아 보니 가지 위에 프라이팬을 걸어 놓아 산중에 이해가 안 되었지만 자꾸 다니다 보니 뇌가 주변을 인식하고 상관관계를 읽어낸다. 공깃돌이 널려 있고 풀숲에는 위장한 새총 꺼내 들고 지난 일을 회상하며 싸는 순간 쨍그랑 소리에 고통과 번뇌가 사라진다. 1) 산전수전 격은 전문가중에 도사가 자신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해보지 않는 허접한 일에도 해내고 전문적인 것보다 더 감탄. ..

문학/詩 2021.08.16

연필

연필 서건석 나무를 내어 주어야 검은 진주가 나와 눈깔이 반들거리며 쓰기를 기다린다. 무엇을 하든 지켜보고 쓰는 대로 가지만 까막눈이라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른다. 반대 없이 둔하고 어리석은 예스맨이지만 쓰는 분의 마음은 느낌으로 귀 막히게 안다 공부하기 싫을때는 두들겨 패다가 니나노 장단 점점 더 강하게 빨라지고 열심히 끌적이다가 말다가 할 때는 머리를 못살게 자근자근 씹어 골치 아프고 몸통을 딱딱한 것으로 사정없이 깨물 때는 다른 일을 하는지 힘을 줄수록 자욱이 깊다. 잘 안 써질 때는 보드랍고 촉촉한 곳에 묻히면 눈깔이 더 반짝이며 거짓말 같이 잘 써지고 한참 동안 안 쓸 때는 깎은 부분을 물어뜯고 쓰다 지우고 지우다 써 안절부절거리고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놀이 공원에서 처럼 앞뒤로 돌리고 던지고 받..

문학/詩 2021.08.11

이부자리

이부자리 서건석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따뜻한 품속의 향기 속으로 빨여 들어 안락한 궁전의 자궁 펴고 덮어 주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넓은 세상의 꿈을 열고 닫는 무대 스스로 깔고 접고 독자적으로 가치를 배우고 행동하는 정글 모험 서로 푸근히 감싸 보듬어 덮어주고 발 네개가 수시로 변하다가 나란히 걸어둔 양말 홀로 가벼워도 무겁고 두꺼워도 서늘한 마음의 부재를 지혜의 향연으로 보관한 냉장고 누구보다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왔고 희생하며 수난을 사랑받고 싶은 이브자리 함께하는 옷은 가보라도 잡지만 이부자리는 깔리고 밟히고 얻어 맞고 던 저지고 찢기고 수난 그 자체다 예전에는 네 종류로 계절을 느껴오다가 요즘은 봄가을이 줄어들어서인지 한두 개의 이부자리가 쓰이는 것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고 ..

문학/詩 2021.08.11

한 여름 밤의 열대야

한 여름밤의 열대야 서건석 소네트 29 버림 당하고 신세타령하고 저주하고 부러워하고 시샘하고 탐내고 만족하지 못할 때 올림픽 기록을 경신하듯 코로나 환자수가 급증 푹푹 찌는 무더위가 이열치열이라고 마음속에 응어리가 가마솥처럼 달아올라 죽을 지경 어쩌다 그대를 생각하면 내 신세를 왕과도 바꾸지 않으리라 밤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반주로 시원한 빗줄기가 내려와 대지를 두들기고 힘든 심경의 주파수를 쓸어 담는 노래 삼아 열대야를 없앤다면 신선과도 바꾸지 않으리라 그러나 후덥지근하고 답답한 마음이 있더라도 코로나만은 수그러들었으면 1,3연은 셰익스피어 소네트 29의 핵심 내용 2,4연은 열대야 죽을지경은 1,2연에 해당 3,4연은 죽을 지경 속에도 사랑의 대상을 생각만으로도 가장 귀한 것을 버리고 답답한 마음을 씻..

문학/詩 2021.08.08

본능

본능 서건석 오래된 숙련공일수록 위험하고 어려운 순간을 외면하고 덮고 아가씨는 넘어지는 찰나 유리판을 세우려다 얼굴과 온몸으로 조각을 뒤집어쓰고 배움과 지식 경험이 조항에 없는 것들을 애써 찾아 쓰고 무식과 어리석음 무경험은 눈에 보이고 모르고 하는 거슬림 정의와 공정 평등은 건강을 노리는 바이러스처럼 이면을 즐기고 불의와 모순 양극화는 가족이 병들어도 대신 아파 할 수 없는 것 같고 스스럼 없는 행동과 무식이 남을 탓하는 것을 맹비난당하고 의식이 기계적으로 적확함을 믿고 따르고 무엇이 할 일이고 필요한가? 코끼리는 체험을 본능대로 자연에 순응하고 힘에는 인간의 탐욕에 재롱꾼으로 연기한다. 사람은 이편 아니면 저편 서로 탓하지만 모두를 품고 헤아리는 능력은 드물고 이만하면 됐음에도 불구하고 필요에 따라 ..

문학/詩 2021.08.07

의자

의자 서건석 불리어진 형태는 기억된 역사 떨어져 나간 파편과 가루는 잊힌 일 조각을 적게 낼 수록 평화롭고 다양하게 공간을 사용할 여지가 있고 나부랭이가 많을수록 베일에 혼란스러워 원하는 이름의 틈이 없다. 무지막지하게 강하고 예리한 도구는 연약한 나무에도 무뎌지고 갈고 갈아도 끝내 못 쓰고 혼신을 다하는 장인도 여러 새대를 거쳐 새로운 무대에서 하나 둘 사라진다. 실체는 사라지고 의자만 남아서 전해지고 버려진 자취 속에 쪼가리와 먼지를 찾아 숨은 표면를 그리며 어루만진다. 의자=역사 도구=무력 권력 장인=영웅 나무=대중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듯 대중은 늘 살아서 숨쉰다.

문학/詩 2021.08.06

화장

화장 서건석 과부가 홀아비 심정을 안다고 껍데기가 피부에는 최고라네 피부는 만병의 근원의 척도 내적으로 문제는 뾰두라지 생기네 나이는 세월을 먹고 자란다고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새겨지네 환경을 자신 피부 가꾸듯 한다는 설 오장육부가 뒤집히면 소용없다는 설 우주 질서에 넋 놓고 있을 수없는 일 표리를 살펴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삶 얼굴 꾸미듯 딛는 발자국을 아끼면 지구의 피부도 아름답게 보답하네 코로나를 격어보니 소소한 것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관심이 많지만 평소 터부시했던 주재도 관심이 없지만 가치가 높은 주재와 다르지 않고 분리하여 생각 할 수 없는 하나다. 피부나 환경 같은 안목에서 바라보기 피부는 있는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 최고의 예술이다.

문학/詩 2021.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