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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土談 2013. 3. 9. 23:27

豈見覆巢之下, 復有完卵乎

어찌 뒤집어진 둥우리 아래에서 다시 성한 알을 보리오!

豈(기)는 흔히 반어의 뜻을 나타내 어찌 ∼하겠는가 또는 설마 ∼하겠는가로 옮겨진다. 覆(복)은 뒤집어지다 또는 뒤집는다는 뜻이다. 顚覆, 覆面(복면·얼굴을 덮어 가림)이나 覆蓋(복개·덮음)처럼 ‘복’으로도 읽는다. 巢(소)는 둥우리나 집 또는 보금자리다.

復은 부사로서 다시 또는 재차라는 의미이면 ‘부’로 읽는다. 復活(부활)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뜻이고 復興(부흥)은 다시 흥한다는 뜻이다. 동사로서 돌아오거나 회복하다 또는 회답하거나 갚는다는 뜻이면 ‘복’으로 읽는다. 復古(복고)는 옛날 제도나 풍습을 회복한다는 뜻이고 乎(호)는 문장 끝에서 의문이나 감탄을 표한다.

한나라 때 孔融(공융)이라는 문인이 큰 죄를 지었다. 그는 그 화가 아들에게는 미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아홉 살 난 어린 아들도 화를 피할 수 없음을 분명히 알았다. 그리하여 당시의 상항을 위의 이 말로 비유했다.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파악한 어린이의 생동감 넘치는 비유가 신통하다. 覆巢無完卵(복소무완란)은 여기에서 온 말이다.

어떤 조직이나 집단 전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어느 한 부분도 온전할 수 없다. 그런데도 간혹 부분만의 안전과 이익에 매달리기도 한다. 부분의 희생으로 전체가 사는 경우는 있어도 전체의 몰락 속에 부분이 온전하기는 어려운 데도 말이다. 작게는 내 한 몸, 크게는 온 세상이 예외일 수 없다. ‘世說新語(세설신어)’에 보인다

 

新竹高於舊竹枝, 全憑老幹爲扶持

새로난 대는 구 가지보다 높지만 모두 오래된 줄기가 받쳐줌에 의지한다.

靑出於藍而靑於藍·푸른빛은 쪽에서 만들어지지만 쪽보다 더 푸르다, 제자가 스승보다 더 뛰어난 경우를 인정하고 칭찬한다. 그러나 여전히 쪽이 없이는 그렇게 푸를 수 없다. 새로운 역량의 출현과 성장은 이전 역량의 기초 위에서 그 부축과 도움을 받아 이루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역량은 이전의 역량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이전의 역량도 새로운 역량을 받쳐주고 돕는 것이 자연의 도리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人生不滿百, 常懷千歲憂

懷(회)는 가슴에 품는다는 뜻으로, 생각하거나 그리워한다는 의미도 되고 그 생각이나 그리움을 가리키기도 한다. 懷抱. 懷疑,懷妊,懷柔(회유)는 어루만져 잘 달랜다는 뜻이다.. 憂(우)는 근심이나 걱정을 뜻한다.

오래 살아도 백년을 채우기 어려운 게 인생이다. 그런데도 늘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근심 걱정을 품고 산다. 큰 걱정이 없으면 작은 것을 크게 걱정하고, 걱정이 없으면 공연한 것까지 찾아서 걱정한다. 쓸모없는 남과의 비교에서도 걱정거리는 많이 찾아온다. 2000년이 넘도록 먼 옛날에 깨달은 것을 지금에도 그대로 깨닫기만 할 것인가! 도움도 안 되는 걱정일랑 털어버리자. 그것이 즐겁고 건강한 삶의 첫걸음이리라

나훈아의 노래에 나오지만, 한나라 때의 민간의 노래 ‘西門行(서문행)’의 한 구절이다.

 

西門行서문행

 

                                   無名氏무명씨

 

出西門步念之            서문을 나와 걸으며 생각하노니

今日不作樂               오늘 즐기지 못하면

當待何時                  다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夫爲樂                     무릇 즐거움을 누리려면

爲樂當及時               마땅히 미치도록 할지어다.

何能坐怫鬱               어찌 앉아서 근심걱정 하며

當復待來玆               오는 시간을 기다리려 하는가

飮醇酒炙肥牛            술 마시자, 살찐 소 구워라,

請呼心所歡               마음 속 친구를 불러야만

可用解愁心               근심걱정 풀 수 있으리

人生不滿百               백 년도 못 하는 인생이

常懐千歲憂               천 년 근심 늘 안고 있어라,

晝短苦夜長               낮 짧고 밤 길어 괴로우니

何不乗燭遊               어찌 촛불 밝혀 놀지 않으리

自非仙人王子喬         선인 왕자교도 아닌 우리가

計會壽命難興期         수명 따위 헤라려 놀기를 기약하랴.

人壽非金石               우리의 수명 쇠나 돌 같지 않으니

年命安可期               일 년의 목숨인들 기약할 수 있겠는가.

貧財愛惜費               재물에 마음 두어 비용을 아낀다면

但爲時世嗤               후세의 비웃음 거리가 될 뿐이리.

 王子喬는

주(周) 나라 영왕(靈王)의 태자 진(晉). 구씨산(緱氏山)에서 백학을 타고 생황을 불며 채운간(彩雲間)에 사라져 신선이 되었다 함.

仙人王子喬 難可與等期(선인왕자교 난가여등기 ; 신선이 된 왕자교는 장생불사했다지만, 사람은 누구나 그와 수명을 같이하기는 어려운 일 아닌가, 그러니 마음껏 인생을 즐기며 살아야 하리.)<문선文選 고시19수古詩十九首>
范蠡舟偏小 王喬鶴不群(범려주편소 왕교학불군 ; 범려의 배는 좁고 작으며, 왕자 진이 탄 학은 무리짓지 않네.)<두보杜甫 관이고청사마제산수도3수觀李固請司馬弟山水圖三首>
吾聞王子晉 逍遙緱山巓(오문왕자진 소요구산전 ; 내 들으니 왕자 진은 구산 꼭대기를 거닐었다네.)<이숭인李崇仁 감흥感興>
他生緱山明月下 鳳簫相訪彩雲衢(타생구산명월하 봉소상방채운구 ; 저 세상에서는 구산 명월 아래, 봉황 소리 나는 퉁소 불며 오색 구름 낀 길에서 서로 만나리.)<매창梅窓1573~1610 기회記懷> 주 나라 영왕의 태자인 진晉을 의미하고, 숭고산嵩高山에 들어가 후에 신선이 되어 영생불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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